"하늘나라 간 딸과 사진 찍고 싶어요"…사연 쓰니 소원 이뤄졌다

입력 2020-12-17 15:55   수정 2020-12-17 17:10


김청수 육군단 주무관(53·사진)은 최근 꿈에 그리던 가족 사진을 찍었다. 김씨의 부인과 아들, 그리고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간 딸이 액자 속에서 함께 했다. 김씨의 딸은 열한살이던 2003년부터 난치성 뇌 질환을 앓다가 몇달 전 세상을 떠났다. 국민은행은 ‘2020 장병 소원 성취 프로젝트’에 응모된 김씨의 사연을 보고 의상 대여비와 액자 제작 비용, 촬영비를 지원해줬다.

김 주무관은 “17년 넘게 딸을 한결 같이 지켜준 아내에게 해준 것이 없어 추억이라도 남겨주고 싶었다”며 “중증 장애 때문에 함께 사진을 남기지 못해 한이었는데, 아이도 하늘에서 함께 기뻐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국민은행이 공동으로 주최한 ‘장병 소원 성취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도 60명의 국군 장병이 소원을 이뤘다. 몸이 아픈 가족을 위한 가슴 절절한 사연 부터 군 부대에서도 꿈을 위해 계속 뛰고 싶다는 희망 섞인 사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접수됐다.
◆10년간 7만명 사연 응모
‘장병 소원 성취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국군 장병이 이루고 싶은 소원을 사연과 함께 응모하면 이뤄주는 프로그램이다. 은행은 선정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각각 100만~200만원 상당을 지원해 준다. 2010년부터 10년째 진행돼 온 이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약 7만명의 장병이 사연을 응모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를 여는 대신 ‘소원 실현권’ 및 기념품을 각 부대로 개별 전달했다.


올해도 가슴을 울리는 사연이 많았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 군악대의 박근태 일병(30·사진)은 아버지께 백내장 수술을 해드리고 싶다는 소원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뤘다. 박씨는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홀로 배달업을 하시는데 눈이 불편하셔서 늘 마음이 쓰였다”며 “군인 신분으로 옆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은행에서 수술 비용을 대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육군 장예찬 병장은 혈액암과 신경모 세포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투병 중인 동생의 사연을 올려 치료·입원비를 지원 받았다.
◆“부대에서도 꿈 잃지 않을게요”
어려운 군 생활 속에서도 기부를 하고 싶다는 따뜻한 소망도 현실이 됐다. 6.25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꽃바구니를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준비 중인 송아람 육군 중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고가의 ‘꽃 냉장고’를 지원 받았다. 폐암 말기 투병중인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100회 이상의 헌혈을 해 왔다는 최영신 공군 원사는 국민은행의 지원금에 본인의 기부금을 보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를 했다. 최 원사의 어머니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거든 나를 대하듯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헌혈 봉사를 꾸준히 해 온 육군 이종철 상사는 은행 지원으로 헌혈을 알리기 위한 헌혈 홍보 티셔츠를 제작했다. 이 상사는 "방황하던 학창시절 시작한 헌혈 봉사가 방황을 끝내는 계기가 됐다"며 "혈액암으로 돌아가신 형님의 죽음 이후 알게 된 헌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국군 자녀들을 위해 분장을 통한 봉사를 해 온 박도현 육군 대위(사진)는 분장용 의상 구입 비용을 지원 받았다. 박 대위는 “올해도 작년처럼 격오지 군 간부 자녀들을 만나 선물을 전달해 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군 부대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국군장병들에도 선물이 주어졌다. 화가가 꿈인 공군 김태훈 병장은 “부대 막사 내 이발소에서 그림을 그리며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값 비싼 미술 도구들을 지원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더 생각하는 국군 장병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며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매년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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